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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메고 떠나다/인디아 여행기

엘로라 석굴 앞에서 발길을 돌리다




함피에서 지도를 펼쳐두고 북쪽으로 향하는 길에 들르면 좋을 곳을 살펴보니 엘로라 석굴, 아잔타 석굴이 눈에 띄었다. 한번에 가는 교통편이 없어서 중간에 적당한 도시를 거쳐서 갔다. 워낙 유명한 곳으로 우리나라 여행사들의 인도 여행 패키지에 들어있는 것도 보아와서 관광지처럼 되어있을 줄 알았는데 그냥 도로 가운데 이 석굴들만 달랑 있는 모양새였다. 남쪽에 위치한 엘로라 석굴에 먼저 들렀다. 엘로라 석굴은 세계문화유산으로 12개는 불교, 17개는 힌두교, 5개는 자이나교와 관련된 동굴이 모여있는 곳이다. 거대한 바위를 깎아 내려가며 만들어진 공간들은 사진으로 봤을 때 정말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문제는 난 가이드북 하나 없이 다니고 있었다는 점이다. 문을 닫는 날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한 것이다.







덜컹거리는 버스를 타고 오랜시간이 걸려 도착했다. 그런데 정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화요일은 문을 닫는 날인 것이다. 박물관 같은 곳이 월요일에 문을 닫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살았는데 당연히 정기휴무가 있을 거라는 걸 생각했어야했다. 여행하는동안 이런 경우가 없어서 생각치 않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보통 도착한 곳에 숙소를 정하고 주변을 둘러보고 문이 닫혀있는 곳은 다음날 다시 가곤 했기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근데 엘로라는 주변에 아무것도 없다. 도로 옆에 자리하고 있지만 주변으로 여행자를 대상으로 한 숙소나 거리가 조성되어있지 않았다. 생각치도 못했던 상황인 것이다. 함피에 하루 더 머물렀어야하는데 함피에서 하루 더 같이 있자는 동행을 뿌리친 벌을 받나보다. 다행히 아잔타 석굴은 월요일이 정기휴무인가 그래서 문을 열었단다. 나중에 검색을 해보면 나처럼 화요일에 갔다가 능선을 돌아서 다른 쪽으로 몰래 들어가신 분도 있더라. 물론 난 바로 아잔타 석굴로 향했다. 날이 어두어지기 전에 아잔타 보고 바로 잘가온으로 향해야했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다보니 도시도 아닌 이런 한적한 곳에서 어둠을 맞이하는 것을 여행 중 가장 피해야할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아쉬운 마음에 울타리를 따라 걷다보니 저 멀리 엘로라 석굴이 보인다. 줌 해서 한장 찍어본다. 이렇게 어이없이 놓치게 된다. 아잔타와 비슷할 거라고 생각해서 바로 아잔타로 향했지만 알고보니 꽤 다른 모습이어서 더 아쉽다. 다시 인도 여행을 오게 된다고 해도 누군가와 함께 오는 것이 아니라면 혼자서는 굳이 다시 올 거 같지는 않으니 이게 끝인거다. 워낙 동떨어진 곳에 있어서 이것만 보자고 찾아가기도 힘들 것 같다. 여행 전에 꼼꼼하게 사전 정보를 모으고 계획하는 것이 아니라도 적어도 문 닫는 날은 확인해야겠다. 물론 오픈과 클로즈 시간도 확인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