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자라의 호흡법

 

  당신이 내게 '자라가 어떻게 호흡하는 지 보시죠'라고 했잖아요

 

 

 공연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이 포스터만을 보고 공연을 보게 되었다. 공연을 보고 난 후 내 솔직한 심정은 당황스럽다는 것이다.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은 줄은 알겠는데 그것이 마음에 와 닿도록 구현되지 못한 것 같다. 우선, 작품은 기승전결이 뚜렷한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장면과 장면 사이가 자연스럽지 않고 뚝뚝 끊기는 느낌이었다. 빵을 만드는 다정과 남자의 장면이 끝날 때 대사를 하고 바로 암전되고 그들이 일어나 소품의 배치를 달리하는 모습등의 다음 장면으로 전환되는 것이 굉장히 어색하게 느껴졌다. 많은 연극을 보면서 무수히 보아왔던 장면이지만 뭔가 이상했다.

   극의 중간중간에 나오는 영상은 세이의 작업의 결과물이다. 영상물이 극 중간 중간 삽입됨으로써 상징을 가질 순 있어도 극에 몰입하는 것은 방해한다. 그리고 빵... 세이의 할아버지 사진을 처음 보았을 땐 르네 마그리트 그림인 줄 알았다. 하지만 조명이 밝아지고 그의 얼굴에 놓여진 것이 사과가 아닌 빵임을 알 수 있었다. 극에서는 무수히 많은 빵이 존재한다. 그리고 모든 등장인물에게 빈번하게 먹힌다. 진수가 다니는 회사가 빵 회사고, 진수가 세이에게 주는 것도 빵이다. 세이가 노숙자에게 건네주는 것도 빵이며, 노숙자와 진수 사이의 갈등을 만들어 내는 것도 빵이다. 두 남녀가 새롭게 만들어 내고자 하는 것도 빵이고 광현이 먹고 연못에 던지는 것도 '건'빵이다. <자라의 호흡법>은 확실히 빵과 관련된 제목을 지었어야 한다. 자라의 호흡법은 매력적인 제목이다.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기도 하고. 하지만 이 작품 전체를 제대로 관통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천천히 호흡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각박한 사회, 고도화되고 빠르게 흘러가는 사회가 전면에 대두된 작품에 어울리지 않을까? 거북인 척하고 사는 자라의 모습은 또 누구의 모습이란 말인가. 광현의 모습인가? 잘 모르겠다. 제목 자체만 놓고 본다면 멋지지만 이 작품에 어울리는 제목이 아니다. 창경궁 연못 장면을 넣으므로써 이 제목의 당위성을 찾고 있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지금껏 옥수수전분만 먹었는데 이제와서 자신의 몸에서 떼어낸 밀가루를 먹으란다." 세이가 빵을 가지고 만드는 영상에서 드러나는 이 대사는 남자였던 아빠가 여자가 되고 자신을 냉패겨두었던 그가 자신과 보통의 가족이 되고자 다가오는 다음 장면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갑자기 아빠가 소녀시대의 복장을 입고 춤을 출 때 정말 뜨악했다. 뜬금없이 왜 그 장면이 나왔는지 이해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뒤에 서 있던 세이와 눈이 마주치면서 조금 이해가 되었다. 그녀가 아빠에게서 느꼈던 당황스러움을 관객도 고스란히 가질 수 있었다. 그녀의 눈동장에 담긴 혐오. - 나는 이렇게 보았는데 극단 필통의 클럽에 들어가서 본 글을 충격이었다. 광현이 세이에게 즐거움을 주기위해서 그런거란다. 아... 정말 그런 의도였던 거면 난 완전히 달리 본 건데...

 

  무대 디자인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노란 배경에 애드벌룬이 있는 것이나 그 뒤에 파란 하늘과 녹색 초원이 있는 장면 등 말이다. 왜 그런 그림 배경이 필요했는지 모르겠다. 사무실을 나타내고 집을 나타내며 가방걸이가 되는 움직이는 양면 그림판은 꽤 괜찮았다. 희곡상을 두 번이나 받은 작가의 작품에 대해 혹평을 쏟아내고 말았다. 물론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이기에 신경쓰지 마시길. 게다가 나는 희곡을 읽은 것이 아니라 연극을 본 것이니까. 희곡으로 읽었으면 달랐으려나...

 

 

 

 아, 싫다. 재미와 감동을 모두 주기 위해 애쓰는 모습... 뭔가 있어 보이려고 다양한 디테일에 신경을 썼지만 정작 전체를 관통하는 통일성이 부재하는 느낌...

 

가벼운 코믹 연극으로 빠질 수 있는 극의 중심을 잘 잡기는 어렵다. 중심을 잡지 못한 것은 나였는지도 모르겠다. 극장의 분위기때문에 당최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대학생들이 단관을 왔다. 수업 때문에 보게 된 연극인지 펜을 들고 필기를 하는 학생들도 꽤 되었다. 공연 시작전 과장되고 큰 목소리의 학생들 때문에 놀랐고 걱정했지만 극이 시작되자 집중해서 공연을 보아서 안심했다. 내 앞에 있는 여학생이 문제였다. 핸드폰으로 계속 문자를 주고 받는다. 액정의 불빛과 터치폰이 아니어서 딱딱되는 소리... 클라이막스 장면에서 옆에 있는 친구와 자지러지게 웃는다. 참고로 그 장면은 슬픈 장면이었다. 너무 신경에 거슬려서 극에 집중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Posted by 가나다라마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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