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오델로

 헝가리에서 온 오델로

 

 

세 번째로 본 오델로였다. 처음 본 오델로는 너무 오랜 된 일이어서 솔직히 기억나지 않는다. 극단 후암의 공연으로 오셀로를 본 것이 불과 두달전이어서 많이 비교하면서 보게 되었다. 국립극장 페스티벌의 참가작인 헝가리에서 온 극단의 <오델로>를 본다는 것에 굉장히 큰 기대를 가졌다. 공개된 스틸과 포스터의 문구처럼 '스펙터클'한 오델로를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가졌다. 하지만 극은 그리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게다가 2시간 50분(인터미션 포함)이라는 공연시간의 압박은 작지 않아 인터미션 동안 나가서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도 꽤 되었다. <오델로>는 비록 배경을 근대로 옮겨왔지만 대사를 거의 그대로 옮겨 왔기 때문에 고색창연하다. 그 누가 셰익스피어스가 만들어낸 대사를 바꿀 수 있겠냐만은 모두 말해여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 일부분을 생략해서 2시간 안쪽으로 극을 만들었어도 무리가 없는 것이었다. 처음 공연 시간을 알았을 때 공개된 스틸에서 보이는 것처럼 군무씬이 많이 들어가서 그럴거라고 예상했지만 그런 장면은 모두 합쳐도 10분을 넘기지 않는 것 같다. 배우들은 엄청나 대사를 쏟아내고 자막을 시작부터 문제를 일으키고 순식간에 지나간다. 각색이 많이 되었을 거라 생각했지만 대사는 두달전에 본 것과 거의 같아서 굳이 자막을 꼼꼼이 읽을 필요는 없었다.

 

  헝가리 빅신하즈 국립극장의 <오델로>는 조명의 사용, 회전 원형 무대, 군사들의 모습에서 특징적인 모습을 보인다. 캐시오와 데스데모나가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뒤에 서 있는 이아고가 그들의 조롱하고 있는데 전체 조명을 쓰기 보다는 좀 더 타이트한 조명을 썼으면 좋았을 것 같았다. 이 장면만 제외하고는 조명의 사용이 특징적이었던 큰 이유는 무대 위에 위치해 있는 2개의 조명 때문이었다. 처음 등장했을 때는 교도소의 망루에 있는 두개의 조명이 죄수들을 비추든 군사들을 비추기 위해 등장했다. 그래서 그 장면 이후에는 사라질 줄 알았는데 극이 끝날 때까지 이 두 조명은 중요한 역할들을 해 낸다. 높은 천장에 달려 있는 국립극장의 조명이 가질 수 없는 강렬한 빛으로 오델로와 데스데모나를 비춘다.  군사들의 파티 장면과 훈련장면은 후암의 공연과 가장 인상적으로 비교되는 장면이었다. 군사 훈련 장면은 애초에 후암의 공연에는 없었고 파티 장면은 일반적인 파티의 모습을 띠었다. 드레스를 입은 여인들과 군인들이 어울려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헝가리의 <오델로>는 군인들만의 파티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연대장이 중대장을 엎드려 뻗치게 하는, 병사로서 군에 다녀온 대다수의 한국 남자들에게는 뜨악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장면들에서 더 큰 현실감을 느꼈다. 그들이 있는 장소는 비록 위험이 지나가긴 했어도 전쟁터니까. 남성들만의 무대는 굉장히 힘이 있었다. 음악도 강력했기에 더 그렇게 느껴졌다.

 

회전 원형 무대는 솔직히 그리 큰 흥미가 느껴지는 것은 아니었다. 잘 만들었네 정도였다. 이아고가 오델로를 거의 꾀어내어 오델로가 데스데모나를 죽이기 결심했을 때 조명은 뒤에서 비춰지고 철창살이 오델로 아래로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꿇어 앉은 오델로는 거미줄에 갇힌 나약한 존재가 되어 있고 그 뒤에 이아고가 서 있다. 마지막 장면도 이 장면과 연결된다. 죽은 데스데모나를 그물에 넣어 매달고 자신도 목숨을 끊는 그와 그녀의 모습은 영락없이 함정에 빠진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극의 감정보다는 이미지를 중요시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그것은 극에 달했다. 왜 데스데모나를 그물에 넣어서 매달아야 했을까? 그것도 많은 시간을 들여가면서 말이다.

 

  언급해야 할 부분 중 하나는 끝까지 분장을 하지 않고 백인으로 나오던 배우가 데스데모나를 죽일 때가 되어서 온 몸에 검은 칠을 하고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는 흑인이었지만 국가를 대표하는 군인이었다. 아무도 그의 용기와 도덕성을 의심하지 않는 영웅이었다. 하지만 그가 흑인이었기에 종종 뒷말이 있었을 것이다. 물론 그것도 그의 앞에서 이루어 질 수는 없는 것이었고 많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본인이 그것을 의식하기 시작하고 열등감으로 느끼기 시작하면 그것은 끝도 없는 왜곡된 사고를 만들어 낸다. 오델로는 데스데모나와 결혼 할 때조차 자신이 흑인인 것을 크게 생각치 않았다. 그것은 단지 작은 차이였을 뿐이다. 그런데... 이아고가 만들어낸 환상 때문에 오델로는 변해간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흑인에 대한 온갖 편견의 끝으로 달려간다. 그들을 만족시켜줄 만한 모습으로 변해간다. 이아고가 관객을 향해 말한 그 모습대로... 그래서 지금껏 신경조차 쓰지 않았던 흑인이라는 것이 발현되어져 나온 것이라 생각된다. 오늘 본 <카르멘>에서도 돈 호세가 카르멘을 죽인다. 연인을 죽일 때의 광기와 그 후의 남자가 죽음에 이르는 것이 같다. 인간이란 언제가 같은가보다... 사랑과 감정에서만은 진보란 없는 인간이다.    

 한 달전에 <오셀로>를 보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려나....?

Posted by 가나다라마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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