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무대를 바라보다

[연극] 왕은 왕이다 - 역할 놀이의 즐거움?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연극 왕은 왕이다

 

 역할 놀이의 즐거움?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왕은 왕이다>는 '한국 최초 아랍현대연극'임을 내세우며 무대에 올려졌다. 장을 나누고 장과 장 사이에는 막이 놓여져 있다. 각 장과 막에는 문장으로 된 이름이 붙어져 있는데 이런 방식이 아랍 연극의 특징인 듯하다. 예전에 <이슬람 수학자>라는 공연을 본 적이 있는데 그 극도 이런 형태를 띄고 있었다.

 

  극이 시작되고 무대 위의 많은 배우들이 마치 연습을 하듯 지껄인다. 게다가 무대 뒤편의 장막이 가려지지 않고 그대로 노출되어 있어 처음에는 무슨 문제가 있는 줄 알았다. 무대 도구들이 놓여진 창고와 세트들이 놓여져 있는 장소까지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이 부분이 프롤로그다. 이것이 연극임을 주지 시켜준다. 이것은 우리들이 하는 행위가 놀이이고 연극일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아직 무대 위에 있는 이들에게는 아무 배역도 주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모두 흰 옷을 입고 있다. 우리는 이런 식으로 이야기속으로의 몰입을 방해하며 이것은 현실이 아님을 주지시키는 방식을 종종 보아왔다. 영화에서는 인물이 카메라를 쳐다보고 이야기하며 소설에서는 이것은 그저 이야기일 뿐이라고 1인칭 화법으로 이야기한다. 이 연극에서는 극의 프롤로그와 막에서 이것은 단지 놀이일 뿐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형태의 표현방식은 부지런히 관객의 몰입을 방해한다. 그렇다고 <왕은 왕이다>가 몰입할 수 없는 극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 연극이 어떤 사회적 배경을 가지고 만들어졌는 지 모르겠지만 이런 식의 이야기 방식은 외부의 압력이 가해졌을 때 이것은 그저 연극일 뿐이다. 우리는 그저 놀이를 할 뿐이다. 너도 알다시피 이 이야기의 모티브는 우리가 오래전 부터 가지고 있던 '아라비안 나이트'다. - 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왕은 왕이다>의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롭다. 상인과 귀족, 평민 심지어 왕까지, 그들은 그 자리에 있어 마땅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저 우연히 그 역할을 맞았을 뿐이다. 그리고 그 역할에 맞게 연기하므로써 더 이상 그것은 놀이가 아닌 냉혹한 현실이 되어버리는 모습을 보인다. 영화 <엑스페리먼트>를 떠올리게 한다.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이다. 영화 속 소심한 남자가 냉혹한 간수가 되듯이 어리숙하게만 보이던 상인이 완전한 왕의 모습을 보이는 것은 재밌게만 볼 수 없다.

 

 우리가 지금 있는 자리는 당연한 것인가? 우리는 지금 주어진 역할에 충실히 혹은 나태하게 임하고 있다. 하지만 너무 당연히 생각하고 게을러 지지는 말자. 무스타파처럼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 무스타파도 3년 전 왕의 역할을 맡기 시작할 때는 새로운 역할에 들떠 지금과 같은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을 거다. 지금 우리가 맡고 있는 역할이 정당한 것인지 당위적인지 의심하지 않고 우리는 잘 살아가고 있다. 권력을 가진 이들이 가진 파워와 그들이 하는 행위를 당연한 듯이 생각하고 내가 이 일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하지만 끊임없이 의심해야 한다. 당신이 왕이 될 수도 있고 내가 왕이 될 수도 있다. 이건 그저 놀이일 뿐이다. 누가 먼저 왕관과 왕의 옷을 입는냐가 중요하다. 그리고 그들을 완벽히 속일 수 있는 연기도 중요하다.

 

 <왕은 왕이다>는 생각하기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를 재생산 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극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 다른 현대아랍연극을 보고 싶다.

 

 인형을 들고 나온 사람들의 의도는 잘 모르겠다. 저 인형들을 자유자재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저 들고 있었다. 배우들의 움직임과 대사에 맞는 움직임을 보여주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인생은 놀이다. 우리 재밌게 놀아보자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일하는 분들은 매우 친절하지만 공연이 시작되고 1시간이 흐른 뒤에도 계속 입장을 시키고 공연장을 나갔다 들어와도 그 행위를 돕는 것은 결코 관객을 위한 일이 아니다. 이미 공연을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너무 큰 방해가 된다. 암전시 조용히 들여보내 뒷자리나 2층에 앉게 해야 되지 않나? 더 놀라운 것은 콘솔 박스에 있는 스탭들의 행위다. 그곳에 앉아서 대화를 하고 신문을 뒤지는 듯한 부시럭 소리에 사탕 까먹는 소리까지... 뒤돌아서 욕 할 뻔했다. 무대 위에 배우들이 열연을 하고 있지만 뒤에서는 끊임없이 몰입을 방해하는 존재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