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멘

 소극장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카르멘

 

 창작집단 벼랑끝 날다에 의해 이루어진 <카르멘>은 뮤지컬이라기 보다는 연극이라고 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물론 많은 노래를 부르지만 왠지 뮤지컬이라기 보다는 풍성한 음악이 들어간 연극이라고 해야 할 것만 같다. 그리고 그것이 '그냥' 뮤지컬보다 더 멋지다.

 이 극은 장면마다 꽤 매력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 의도적으로 하나의 장면을 멋드러진 이미지를 구현하는데 있어 문제가 되는 것은 분절성이다. 그 장면은 멋지게 보여질 수 있지만 그것이 극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데 있어 방해를 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르멘>은 꽤 멋지게 물흐르듯 매력적인 이미지를 방출한다. 그건 아마도 연출의 이력에서 기인하는 듯하다.

 
 극장에 들어서면 <커피 프린스> 같은 분위기가 난다. 배우들은 커피샵 점원들의 옷을 입고 관객을 맞이하고 음악도 커피광고에 나올 듯한 가볍고 경쾌한 음악이 흐른다. 그래서 걱정했다. 개인적으로 달콤한(?) 공연을 좋아하지 않는다. 공연장에 들어서 '이거... 10대, 20대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달달한 사랑이야기인 것인가...'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관객에게 주의사항을 이야기해 주는 것도 아카펠라로 만들어서 활용했다. 극이 시작되기 전 관객과 하나의 일체감을 만들기 위한 수순이었는데 그것이 나를 오해하게 만들었다. 이미 말했듯이 그건 오해였다. 공연은 전혀 달달하지 않았다.
 
 조르바가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극은 진행된다. 요즘 유난히 관객에게 이야기를 직접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극을 많이 보게 된다. 개인적으로 이미지로 구현하지 않고 설명하듯이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건 줄거리 요약을 찾아보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그건 예술이라고 할 수 없잖아. 근데 이런 식의 이야기도 말을 하면서 함께 이미지를 구현하니 보여주려면 지루한 장면이 될 것이 뻔한 것을 막을 수 있어 좋은 것 같았다.  

 

  조르바가 카르멘의 집으로 들고 나는 장면은 사다리를 통과하는 것으로 표현되는데 이것이 단순히 안과 밖을 나누는 경계로써의 역할 뿐아니라 공간을 만들어내는 역할까지 한다. 그리고 그들의 움직임이 멋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장면들이 많았다. 이야기와 상관없이 (물론 배우들은 이야기를 구현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그저 배우들의 움직임이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장면들. 진행되는 이야기 속 주인공이 아닌 배우들도 함께 무대 위에 서서 그들을 서포트해준다. 그 모습이 거슬리지 않는 것은 그들이 만들어내는 이미지가 매력과 설득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돈 호세가 황소가 되어 투우사에게 농락당하고 칼에 찔리는 장면과 돈호세가 결국 카르멘을 목 졸라 죽이는 장면에서도 다른 배우들이 그 뒤에 서서 함께 연기하는 장면등이 인상적이었다.

 이 극에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음악과 악기이다. 거의 모든 장면에서 음악이 사용되는 듯 하다. 그리고 그 음악은 배우들에 의해 무대위에서 바로 구현된다. 콘트라베이스가 만들어내는 그 음산한 분위기라니... 다양한 악기를 사용하는데 월드뮤직을 하는 밴드들이 사용할 만한 것들이었다. 물론 피아노가 큰 역할을 하고 있긴 하다. 연주를 위해 나오는 배우들도 끊임없이 표정연기를 한다.
 
 남자의 질투란... 무섭구나. <오셀로> <카르멘> <이끼>를 하루 간격으로 보게 되었다. 모두 남자의 질투가 나온다. 오셀로는 데스데모나를 죽이고 돈 호세는 카르멘을 죽인다. <오델로> 속에서 돈 호세와 데스데모나가 만났어도 데스데모나는 돈 호세의 손에 의해 죽었을 것이다. 그건 이아고의 세치 혀가 있었을 테니까. <카르멘>에서 오셀로가 카르멘을 만났어도 카르멘은 오셀로의 손에 의해 죽었을 것이다. 카르멘의 행동을 오셀로는 받아들일 수 없을 남자니까. <오델로와 카르멘>이라는 연극은 어떨까? 카르멘은 강도짓을 위해서가 아니라 전쟁의 승리를 위해 몸을 팔고 오델로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지만 그것을 견딜 수 없다. 아... 이러면 돈 호세와 다를 게 없잖아. <오델로>에서 이아고의 역할이 중요하군. 쓸데없는 얘기였다. 결론, 남자를 미치게 만드는 매력적인 여자가 나쁜거다.

 

 

극의 초반 카르멘의 보이스가 너무 보이쉬하다고 느껴서 조금 붕 떠 있었다. 그 어떤 관객보다 큰 웃음과 박수를 보내던 조명 스탭분.

 

Posted by 가나다라마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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