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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메고 떠나다/인디아 여행기

깐야꾸마리에서 함피 가는 길



 기차는 인도에서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하루에 3천만명이 기차를 이용한다. 기차가 잘 발달되어서 인도 곳곳을 연결하고 여러 등급의 좌석을 가지고 있어서 가난한 자부터 부유한 자들까지 기차를 이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에서 기차의 연착은 굉장히 일상적인 일이다. 인도는 전력 사정이 좋지 않아 24시간 전기 공급에 문제가 없는 주가 구자라트주 하나뿐이라고 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모디총리 정권이 들어선 후에 사회기반시설이 굉장히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서 곧 이런 문제는 사라질 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기차가 오는 방향을 바라보면서 하염없이 기차를 기다리는 것이 일상인 인도 여행에서 깐야꾸마리에서만큼은 기차가 언제 오는 지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다. 인도의 땅 끝. 마지막 기차역인만큼 기차는 미리 문을 열고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이것이 기차가 정시에 출발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거대한 깐야꾸마리역에는 많은 이들이 설국열차보다 긴 기차를 타고내린다. 





 깐야꾸마리에서 바로 함피로 가고 싶었지만 하루, 이틀 후의 기차표를 구하는 것은 정말 힘들이기에 구하지 못하고 방갈로르로 향하는 기차를 타기로 했다. 방갈로르에 이른 아침에 도착해서 밤에 함피로 향하는 기차를 구했다. 자리를 찾아 가방을 잠시두고 바로 옆에 있는 화장실에 갔다오니 여장 남자 둘이 내 자리 아랫 자리에 앉아있다. 기차의 핸폰충전기가 바로 내 자리 옆에 있어서 그걸 이용하기 위해서 인가보다. 하필 왜 내자리에... 아, 불편하다. 도착할 때까지 사람들이 왔다갔다 할 것 같다. 핸폰충전기와 화장실이 가까이 있다는 건 좋은 건가 나쁜건가. 앞자리에 한 남자가 상자 여럿을 들고 등장해 내가 누울 윗자리에 상자를 올린다. -_- 1층 자리가 이녀석 꺼라면 2층을 쉐어해야 하는 건 당연한 거겠지만... 상자가 깨끗하지 않잖아!!!! 인도에서 여장남자들에 대한 소문은 좋지 않다. 유럽에서 집시들에게 가지는 이미지와 비슷한 것 같다. 





 인도여행에서 기차를 탈때는 항상 SL등급을 이용했다. 장거리 여행시 누워서 갈 수 있는 등급 중에 가장 싼 좌석으로 배낭여행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등급이기도 하다. 에어콘이 나오는 높은 등급도 있고 앉아서 가는 칸도 있지만 여기가 적당한 것 같다. 3개층으로 나뉘어지는데 낮에는 2층 좌석을 접어 놓고 1층 좌석에 함께 앉아서 가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3층 좌석을 선호한다. 1층에 앉을 수도 있고 3층으로 올라가서 누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델리 근처에서 침대칸이 아닌 일반 좌석칸을 탄 적이 딱 한 번 있었다. 3~4시간 정도의 이동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좌석칸을 선택한 것인데 정말 후회했다. 가끔 뉴스에서 압사사고를 보면 저게 어떻게 일어날 수 있을까 저 상황을 벗어나야지 왜 저기에 몰려들어서 저럴까 하는 생각을 하는데 바로 기차칸 안이 그랬다. 기차 안에서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숨이 막히고 꼼짝달싹 움직이지를 못하는 상황. 내려야 할 곳으로 내리지 못해서 사람들이 밀쳐내서 반대편 선로로  내리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웠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소매치기도 빈번하다. 





 덜컹거리는 기차에 누워서 천장에 달린 끽끽 거리며 돌아가는 더러운 팬을 바라보다가 창 밖이 붉어지길래 일몰을 찍을 수 있으려나 싶어 고개를 내밀어보니 일몰에 물든 기차가 예쁘다.





 방갈로르에서 한나절 시간을 보내고 야간기차를 타고 함피(호스펫)로 향한다. 거대한 인도를 횡단하는 길고 긴 기차들. 기차 여행은 참 설레는 일이다.





 가방 위로 다리를 올려두고 까무룩 잠이 들었다가 날이 밝아오는 걸 느끼면서 일어나게 된다. 창 밖은 언제가부터 허허벌판만 펼쳐져 있다.





 수 많은 기차역을 지나치게 되는데 bellary janction을 찍은 이유는 이 도시에서 내릴까 고민했기 때문이다.





 하차를 고민한 이유는 바로 저 성. 기차역 바로 앞에 바위산이 있고 그 위에 성이 보였다. 가이드북이 없다보니 뭔지 알 수가 없었다. 너무 먼거리를 중간에 볼 만 한 것 다 건너고 가버리는 건 아닌가 고민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내려야하나 고민하다가 기차역에 내리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그냥 내리지 않았다. 나중에 찾아보니 별 거 아니었다. 지금 군기지로 쓰인다는 내용도 있고.. -_-





 시간이 갈수록 돌무더기 바위산들이 즐비하다. 돌무더기산의 도시 함피가 가까워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