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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위조가 한 반 메헤렌

 

그림을 위조했다고 하면 보통 비싼 작품을 그대로 모방해서 그리는 것을 떠올릴 수도 있지만  또 다른 방법이 유명한 화가의 기법과 특징을 그대로 베껴서 유명화가의 새로운 작품이 발견된 것처럼 꾸미는 위조도 있습니다. 화가 한 반 메헤렌은 바로 후자에 속했습니다. 메헤렌은 17세기 네덜란드의 황금기를 이끈 화가 중 하나인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위작들을 그렸습니다. 우리에게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로 잘 알려져 있죠. 그의 위작에 네덜란드 전체와 당시 유명한 미술 전문가들은 물론 나치도 속았습니다. 그만큼 그의 작품은 완벽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는 왜 위작을 그리게 된 것일까요? 그건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세상에 대한 분노의 표현이었습니다.

 

 

 

위의 그림을 보시면 오른쪽이 많이 보던 베르메르 작품이고 왼쪽이 한 반 메헤렌의 그림입니다. 이걸 보고 뭐야? 이거에 속는다는 거야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 화가들은 비슷한 그림을 굉장히 많이 그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니 베르메르도 그랬을 거라고 생각한 거죠. 단순히 구도와 소재 뿐 아니라 색감과 붓터치등 그가 세상을 보는 방식을 그대로 투영해서 그려냈기 때문에 이게 위작이라고 말하기 어려웠던 거죠. 베르메르의 새로운 작품이 발견되었다고 당시 네덜란드 뿐 아니라 유럽 전체의 미술 애호가들은 환호했었습니다. 한때 요하네스의 작품이라고 알려졌던 그림은 74작품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35점만 진품으로 판정받고 있는데요. 이런 위조사건이 있다보니 지금도 위작 시비가 있는 작품이 여러개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에도 김수근을 비롯한 몇 몇 작가의 위작시비가 있죠.

 

 

 

메헤렌이 1937년에 위작 <엠마오에서의 저녁식사>를 그려서 무려 렘브란트 협회에 55만 플로린(당시 네덜란드 화폐)에 판매합니다. 그 그림은 로테르담에 있는 보이만스 미술관에 전시되게 됩니다. 미술 감정가들이 그 그림을 진짜라고 판정하고 사들여서 미술관에 걸게 된 거죠. 그리고 몇달 있지 않아서 그는 <최후의 만찬>도 그려서 팔게 됩니다. 왼쪽과 오른쪽, 어느쪽이 그의 위작일까요? ㅎ

이렇게 되고나니 그는 자신의 위작으로 세상 모든 사람을 속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겠죠? 당시 세계 2차 세계대전 중이었고 나치정부의 '괴링'에게 <그리스도와 간음한 여인>을 팔게 되는데요. 이 사건이 그가 자신이 위조가임을 밝히게 되는 계기가 되고 맙니다. 1945년 전쟁이 끝났고 국보급의 그림으로 인정받던 베르메르의 그림을 나치에 판매한 한 반 메헤렌은 전쟁 범죄자, 반역죄등의 혐의로 잡히게 됩니다. 네덜란드 전체가 그를 매국노로 손가락질하며 처벌받기를 원하고 있을 때 그가 놀라운 이야기를 하죠. 자신이 판매한 모든 그림은 가짜라고 자기가 그린 그림이라고! 당연히 재판부와 네덜란드는 그가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 꾸며낸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라는 큰 범죄를 받는 다급한 상황에 처한 그는 재판관에게 <박사들 사이의 그리스도>라는 작품을 그려서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베르메르의 그림처럼 말이죠. 하지만 그건 그가 판 작품이 베르메르의 것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는 꼴이 됩니다. 재판장에서 그에게는 위작을 그리던 도구가 없었으니까요.

 

 

계속된 한 반 메헤렌의 주장에 결국 그가 평상시에 위조할 때 사용한다는 모든 것을 가져놓은 방에 그를 감금하고 삼엄한 감시 속에 그는 다시 그림을 그립니다. 그 그림이 <신전에서 설교하는 젊은 예수>입니다. 그가 판 그림들이 가짜임이 드러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전범이 되어 오랜 수감을 해야만 했던 그는 이제 위조범으로 가벼운 처벌을 받게 된 것입니다. 게다가 네덜란드에게 매국노로 지탄받던 메헤렌은 이제 나치를 속인 신의 손을 가진 화가, 국민영웅이 됩니다. 2년형을 받은 그는 너무나 유명해지면서 여러권은 자서전 계약까지 하게됩니다. 하지만 2년이 지나기 전에 그는 심장마비로 사망 합니다. 위작 <신전에서 설교하는 젊은 예수>이 자신의 마지막 작품이 된 거죠.

 

 

  

어떻게 그는 그토록 완벽한 위작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요? 첫번째는 수년간을 베르메르 작품을 연구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두번째는 17세기에 그림을 그릴 때 사용되던 각종 도구와 물감을 구해서 사용했다는 거죠. 물감과 붓 뿐 아니라 17세의 이름없는 화가들의 작품을 고미술상에서 사들여서 그림을 모두 지우고 그 위에 베르메르의 작품을 그렸습니다. 메헤렌의 베르메르의 초기작품들을 흉내냈는데 위의 그림처럼 편지와 여인을 소재로 한 그림을 비슷하게 그려냈습니다. 미술감정가들은 이제 자존심을 걸고 어떻게 그의 위작을 가려낼 수 있는지 연구해야했습니다. 그것은 위의 그림에서 보이는 파란색 물감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17세기의 베르메르 그림에서 보이는 파란색은 울트라마린이라는 안료를 100%사용해서 그려졌지만 메헤렌의 그림에서는 코발트블루가 함께 발견된 것이죠.

 

 

 

여기에 아주 재밌는 사실이 있는데요. 한 반 메헤렌이 나치의 괴링에게서 위조 작품을 팔고 받은 돈이 위조 지폐였다는 사실입니다. 아... 정말 이 사람들... 서로가 서로를 속였으니 할 말이 없네요. ㅎ 아래 동영상은 재판 당시 뉴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