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내 심장을 쏴라
분투하는 청춘들에게 바친다고? |
연극 <내 심장을 쏴라>를 보기 위해 남산예술센터에 갔다. 처음 가는 곳이었는데 극장이 독특하고 좋았다. 가장 좋은 것은 객석의 경사도! 키가 2미터가 넘는 사람이 앞자리에 앉지 않는 이상 시야가 가리는 일이 없을 것이다. 꼭 장충 체육관을 반으로 잘라 놓은 모양이랄까? 높은 천장 때문에 더 그런 생각이 들었나보다.
<내 심장을 쏴라>는 제 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으로 정유정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극이 진행되는 동안 배우들의 입을 통해 나오는 문장들 중 아마 내가 책으로 읽었다면 포스트잌으로 붙여놓았을 법한 것들이 흘러나왔다. 아마 극을 위해 각색을 한 사람도 이것만은 놓치지 말자는 생각으로 꺼내 썼을 것만 같다. 하지만 극이 끝나면서 기억나는 것은 없다. 이건 뇌의 용량의 문제일가? 책을 읽고 싶어졌다. 책에는 연극에서 스쳐지나간 수 많은 환자들의 자세한 이야기가 담겨 있을 테니까. 워낙 그들에 대한 이야기가 없어서 저들이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빼고는 등장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영상을 이용한 배경처리는 손쉬운 방법이기는 하지만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내 심장을 쏴라>는 흑백으로 영상을 처리하고 패러글라이딩만을 칼라로 만들어낸다. 그건 정신병원의 모든 환자가 하얀색 옷을 입고 하얀 건물 속에 갇혀있지만 그들의 병으로만이 아닌 빨간 양말과 왕관등으로 각자가 개별화된 인격인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인상적인 장면은 조명을 이용한 자동차와 보트신이다. 조명을 이용한 장소 만들어내기는 많이 보아왔는데 아무 소품도 이용하지 않고 이런식의 방법이 더 신선하게 느껴졌고 재밌었다. 수명이 정신병원에 도착했을 때 만들어내는 잠깐의 창살의 조명은 그가 그곳에 갇힐 것으로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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