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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티치본이 살아돌아온건가?

로저 티치본

 

 13년만에 나타나 로저 티치본이라 주장하는 사내의 정체는?!

 

 1871년 한 남자가 자신이 로저 티치본임을 증명하기 위한 재판을 합니다.

로저 티치본은 13년 전 여자한테 뻥 차여서 실연의 상처를 움켜지고 라 벨라라는 배를 타고 인도로 향했습니다.그리고 실종되었습니다. 13년 전에 실종되었던 로저 티치본이 나타난 것입니다.

그런데 왜 재판을 해야 했을까요? 그건 무엇보다 엄청난 재산 때문이었구요.

그리고 로저 티치본이 실종되기 전과 너무나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서 동일인물로 보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로저의 어머니는 그가 자신의 아들이 맞다고 했지만 로저의 동생 부인측은 그가 로저 티치본이 아니라고 주장했죠. 이미 로저의 아버지는 숨지고 재산은 사라진 로저를 대신해서 동생 티치본에게 넘어 간 상태였습니다. 근데 동생 티치본도 과음으로 사망한거죠.

 

    

                           1865년의 티치본 홀                        로저의 어머니

 

 막대한 재산은 자연히 동생의 부인에게 넘어갔습니다. 그녀에게는 동생 티치본의 아이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로저 티치본의 어머니는 프랑스 왕실계통 사람이었고 아버지는 영국의 귀족 집안이었으니 재산이 어마어마했겠죠.

 

 로저 티치본은 어떻게 13년만에 나타났나?

 

 어느날 로저의 어머니는 로저가 탔던 <라 벨라>라는 배의 생존자들이 호주에 남아있다는 소문을 듣게 됩니다.

그래서 호주의 모든 신문에 로저를 찾는 광고를 냅니다. 이 이야기는 삽시간에 호주 전역으로 퍼져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당시 호주에서 정육점을 하던 아서 오톤이 십년전 배를 탔고 배가 난파되었다는 이야기를 퍼뜨리고 

R.C.T이 새겨진 파이프를 들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영국에서 굉장히 부유했었다는 이야기도 하죠. 아서 오톤은 당시 굉장히 가난했습니다.

이 이야기가 퍼져나가면서 한 변호사가 로저의 어머니를 만나보라는 제의를 합니다.

로저 티치본은 결국 그녀에게 편지를 보내고 10년이상 아들을 찾아 헤매던 어머니는 당장 그를 영국으로 불러들입니다.

 

 

 

 근데... 두둥... 13년만에 나타난 로저 티치본의 모습은 전혀 딴판이었습니다.

60킬로그램도 되지 않았던 몸무게는 100킬로그램이 넘었고, 어릴 적부터 프랑스에 살아서 불어에 능통했던 그가 불어를 하지 못했습니다.

워낙 귀한 집안에서 자랐으니 사용하는 단어와 어휘 구사력이 남달랐지만 아서의 그것은 정육점에서 걸치게 일하던 자의 그것과 같았죠.

그럼에도 로저의 어머니는 그가 자신이 아들이 맞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며느리에게 갔던 재산을 찾기 위한 재판이 시작된거죠.

 

 

 

 미심쩍은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었음에도 로저의 어머니가 자신의 아들이 맞다고 하고 여러 사람들이

아서가 로저 티치본이 맞다고 지지해 주었습니다.

왜냐하면 당시 분위기가 재산과 직위를 물려받을 사람이 나타나자 그것을 빼앗기기 싫어한 여자와 집안이 그를 인정하지 않고

버티고 있는 거라는 식의 이야기가 퍼져있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로저의 어머니가 가진 영향력 때문이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런 어머니가 사망하게 됩니다.

아래 사진은 아서를 지지하던 사람들이 그가 로저가 맞다면서 만든 것입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다음에도 로저 티치본의 인기는 굉장했습니다. 사람들은 그와 만나고 싶어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했죠.

그런데 그는 결정적인 말실수(?)로 몰매를 맞게됩니다.

로저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은행금고에 물건을 맡겼는데요. 그것이 무엇인지 말해야 했던거죠.

이때 아서는 그냥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으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근데 그는 당시 사귀었던 여자친구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 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적어두었다고 말했습니다.

이것으로 EX 여자친구 가문에 X칠한 격이 되었습니다. 이 일로 모든 귀족가문이 그에게 등을 돌리고 여론마저 나빠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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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아서는 악화된 여론으로 인해 눈여겨 보지 않았던 문제들까지 들쳐지면서 재판에서 지고 14년형에 구형되었습니다.

재밌는 건 그가 죽은 후 그의 묘비에는 로저 티치본의 묘라고 기록되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티치본 가문에서 동의한 것이지요.

이제 재산을 빼앗길리 없으니 아무래도 상관없었던 걸까요?

 

 

로저 티치본의 재판은 아직도 회자되고 있답니다. 오른쪽 위의 두 간판은 영국에 있는 술집은 간판입니다.

간판의 앞과 뒤에 각각 그려진 로저의 초상화죠. 이 바를 드나드는 사람이라면 이 사건을 잊을 수 없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