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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를 바라보다

[연극] 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 - 시원한 술 한잔에 까투리 타령을 부르면 오늘도 행복할 수 있으리

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

 

 시원한 술 한잔에 까투리 타령을 부르면 오늘도 행복할 수 있으리

 

 

 

연극 <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는 정의신 작가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주목 받고 있다. 정의신의 연극은 본 적이 없었다. 영화 <피와 뼈>를 보았을 뿐이다. 정의신의 다른 연극 작품을 본 적이 없는 나로써는 전작들에 대한 호평이 가져오는 기대도 없었고 자기복제라는 평들에 대한 우려를 가질 필요도 없었다. <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는 좋았다. 그렇다고 훌륭하다고 느껴지는 것도 아니었다. Good이었지만 Best는 아니었다는 말이다. 연출이 좋았다. 연출이 좋아서 이야기가 가지는 텁텁한 느낌을 잘 처리하고 있는 것 같다.
 섬에서 가해자인 군인과 피해자인 주민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에서 영화 <지중해>, <웰컴투동막골>이 단편적으로 떠오르기도 한다. 연극 <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아무래도 정희의 죽음 이후 영순이 집앞 담장 아래에서 울부짖으면 울고 집안에서는 식구들이 까투리타령을 부르며 술을 마시는 장면일 것이다. 그리고 이후 정희의 혼이 나타나 다함께 흥겨워하는 모습에서는 울컥한 기분까지 들었다. 그렇게 극이 끝나는 줄 알았는데 뒷 꼭지가 또 있다. 1막과 2막으로 나뉘어 쉬는 시간까지 있을만큼 극은 길다. 타이트하게 극을 만들 수도 있었을 테지만 감정선을 위해서 작가는 이야기를 재촉하지 않는다.

 봄의 노래는 왜 바다에 흐를까. 봄의 노래는 희망이다. 험한 파도 치는 바다인 비극적인 삶 속에서도 희망의 노래가 흐른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웃는다. 마시고 웃고 노래한다. 

 

 

 진희는 시노다의 왼발과 다리를 정성스레 닦는다. 그의 왼발은 자신의 부러진 왼발이다. 그 행위는 결국 자기연민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자신의 오른쪽 다리와 그의 왼 다리가 함께 해야만 온전한 한 사람의 두다리가 될 수 있는 그들이기에 이 묘한 조합은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노부부와 4자매, 그들을 둘러싼 일본 군인들의 관계는 끊임없이 서로를 향하는데 이는 욕망이라기보다는 위로다. 타인의 대한 위로가 나를 향한 위로가 되어 돌아온다. 술잔을 주고받듯이 따뜻한 위로가 불안한 시국에 그들을 견디게 해준다.

 

 

무대 중앙에 놓인 이발소 의자는 모든 사람이 앉을 수 있고 앉는 소품이다. 일본 군인과 귀신이 된 홍길, 네자매등 그 누구도 차별하지 않는다. 차별받지 않고 모두가 술 한잔씩 건네 받는 것처럼 이발소 의자도 누구나 편안히 앉아 쉴 수 있다. 술과 의자도 사람들을 위로한다. 시대적으로나 가족의 비극적 사건으로 인해 극은 지극히 어두울 수 있는 배경을 가지고 있음에도 이 극에 흐르는 정서는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