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에 구엔왕조와 구시가지
몰락한 베트남 최후의 왕조의 흔적 |
짱띠엔교(Cau Trang Tien)를 지나 구시가지로 들어갔다. 시클로기사들의 집요함도 견뎌내고 꿋꿋이 걸었지만 시클로를 탈 걸 그랬나 싶게 만들게 구시가지는 작지 않았다.
구엔왕궁만 돌면 걸을만 할 것 같은데 그 외의 구시가지 전체를 둘러보고 싶다면 시클로가 나은 것 같다. 수로에 둘러쌓인 구시가지로 들어가기위해 작은 다리를 또 건너 투옹투문을 지난다.
후에 궁전 미술박물관인데 공사중으로 출입할 수 없었다.
구시가지를 둘러싼 수로 안쪽으로는 이렇게 벽돌담(?)이 쌓여있으므로 아무리 길을 잃고 헤매도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 두려움없이 어슬렁 거린다.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도시답게 길들이 반듯하다. 직선도로와 그것을 가로지르는 직선도로들의 만남.
애는 동바문(Cho Dong Ba)인데 내가 지나온 투옹투문과 똑같이 생겼다.
더우니 사탕수수물 한잔!! 여긴 비닐봉지에 넣어준다.
어떻게 봐도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듯 네모반듯한 저수지(?) 호수(?)가 여럿있는데 연꽃이 활짝 피었다. 관상용이 아닌 재배용으로 키웠을 것 같지만 보기에도 예쁘다.
저수지 한 가운데 있는 작은 섬(이것도 네모 반듯한 걸 보면 인공적으로 만든 듯하다)은 Ho Tinh Tam으로 한적한 모습으로 확실히 어떤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진 것으로 보였는데 그걸 알 수가 없다. 안내판도 없고. 그늘에 앉아 쉬기에 좋은 장소처럼 보이긴 하더라.
이 부근 거리에서 도토리로 보이는 것을 까서 엮는 분들이 많이 앉아 계셨다. 음..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가이드북에는 그냥 수로로만 되어있는 구엔왕궁 뒤편에 들어가는 길이 있었다. 그래서 열심히 걸어 갔더니 들어갈 수 없단다. 앞으로 돌아가란다. 아... 좀 멀리서도 알 수 있게 표시해 둘 순 없나? 한참 걸어왔는데. 가이드북에는 왜 또 아예 표시를 안해둔거야. 다리 그려놓고 엑스표해두면 더 좋잖아.
구엔왕조는 1802년 건국되어서 1954년 바오다이 황제가 정권을 인계 할 때까지 존재했고 베트남(월남)이라는 국호를 사용했으니 사회주의국가 베트남의 전신인 셈이다. 왕국을 둘러싼 수로는 그대로 남아 흐르지만 벽에는 풀들이 무성히 자라고 있다. 왕이 존재하던 그때 왕국이 무너질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겠지? 그들이 모든 사람이 평등해야한다는 기치 아래 힘든 전쟁을 치르고 사회주의국가가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단단히 쌓아 올려진 성벽에서 풀들이 저렇게 자랄 거라고 생각지 못하는 것처럼.
당시엔 화려한 왕국이 찬란한 문화를 만들었고 그 이후 무너진 왕국의 자리엔 그 후손들이 그 무너진 왕국 덕에 먹고 살고 있으니, 꽃이 지고 그 열매가 사람들을 살찌운다. 날이 가고 또 다른 꽃이 피고 그 꽃이 지면 또 다른 열매가 열리겠지.
왕궁을 한 바퀴 돌아 다시 앞으로 왔다. 기대지 마시오라는 경고문구가 무색하게 아예 올라가 있다. ㅋ
플래그 타워는 응오몬(왕궁문) 앞 광장에 있는데 워낙 크고 높이 있어서 널리서도 잘 보인다. 오래전 왕조시대에 만들어졌다가 없어지고 1969년에 지금의 것이 다시 만들어졌다고 한다. 올라갈 수는 없다. 왕조시대에는 어떤 깃발이 걸려있었을 지 궁금하다. 궁 안으로 들어와 뒤돌아보면 왕궁문 뒤로 플래그 타워의 베트남기가 보인다. 왕궁과 사회주의 국가의 깃발이 절묘하다. 마치 처음부터 저랬을 것만 같다.
응오문에서 티켓팅을 해서 들어가면 안쪽으로 일렬로 길게 길이 나고 건물이 배치되어 있다.
아... 확실히 궁은 나라와 왕조마다 다르다. 근데 막상 그 궁전에 들어가서 받는 인상은 비슷하다. 그래서 얼마 안 가 쉽게 지루해지는 것 같다. 이야기를 찾아야한다. 비극적이거나 애뜻한 스토리가 있는 장소, 물건, 왕궁의 사람등에 대해 알아야만 그것은 내게 꽃이 되어 다가오는 거겠지. 남들도 비슷한다. 연못에 있는 물고기에 더 집중하고 있다. >0<
모형으로 보면 왕국이 상당한 규모임을 알 수 있다. 내가 한국인이어서 그런가. 우리네 궁전의 검은 기와와 건물이 더 멋스럽게 느껴진다. 삼성의 후원으로 왕국을 3D로 복원해서 설명과 함께 보여주는 곳이 있었다.
코끼리를 타고 왕궁을 둘러 볼 수도 있는 모양이다.
벽을 장식해 놓은 부분에서 눈에 띄는 것이 이렇게 사기 그릇인지 도자기를 깨서 붙여놓은 것이다. 멀리서 보면 그럴싸함. 1662년에 Nguyen Phuc Tan 왕에 의해 만들어 졌다는 1552kg의 금속 단지. 실용성이 떨어져서 실제로 사용되지는 않았다. 단지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어슬렁 거리며 보기엔 구시가지를 돌아다니느라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아서 지친다.
보라! 그냥 슬슬 걸어다녀도 겨드랑이에 땀차는 날씨라고! ㅋㅋ
혼자 다니니 더 쉽게 지치는 건가?! 우리나라에서는 나이 든 커플이 해외여행을 갈 때 패키지로 많이 가는 듯하다. 나라도 부모님 여행 보내드리게 되면 패키지로 보내드리는 게 더 안심이 될 듯하다. 그래... 저들은 영어가 되니까. 지금이야 나이든 부부 둘만 다니는 여행은 대개 서양인들이지만 우리도 이제 곧 그렇게 될 것 같다. 그렇다고 서양 노인들이 개별여행으만 다니는 것도 아니다. 독일이나 프랑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패키지로 다니는 건 많이 봤다.
알고보니 구엔 왕궁은 이 분이 만들고 계셨다. 나오는 길에 진짜 코끼리 타고 왕궁 안을 돌아다니는 사람들 발견!!! 코끼리 앞에 풀을 놓아 코끼리를 유인하는 거다. 가끔 하나씩 던져줌.
내가 최고. 아저씨 표정은 시큰둥. 아줌마 표정도 별로 동의 하지 않는 듯한데?! ㅋㅋ 투어로 온 분들도 많네.
왕궁문을 나와 플래그 타워 앞 광장으로 가니 해가 질때쯤이어서인지 많은 베트남 사람들이 나와있었다. 특히 연날리기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지성팍을 이야기하는 나라에서 축구도 빠질 수 없는 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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