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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를 바라보다

[연극] 썽난 마고자 - 극단 차이무 이번엔 탑골공원의 노인들을 이야기하다.

연극 썽난 마고자

 극단 차이무가 보여주는 탑골공원 노인들 이야기

 

 연극 <썽난 마고자>는 무대에 올려지기를 기다리고 있던 공연이었다. 그 이유는 단 한가지였다. 차이무 극단의 전작 <양덕원 이야기>를 재밌게 잘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이무 극단의 차기작을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극단을 보고 공연을 선택한다는 것은 관객과 공연자들 모두에게 득이 되는 일일 것이다. 관객 입장에서는 무대에 올려지는 수백개가 넘는 공연 중에서 선택해야 하는 수고를 덜고 다음 공연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고 공연 관계자들에게는 든든한 후원자가 생기는 것이니까. 공연 첫날 <썽난 마고자>를 보게 되었다. 공연 첫날로 프리뷰 공연이어서인지 실수가 잦았다. 하지만 그 실수도 극에 잘 융합해서 자연스럽게 이끌어가는 배우들의 노련미가 엿보였다. 그렇다고 해도 종종 대사가 잘 들리지 않는 웅얼거림은 좋지 않았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이미 배우들이 무대와 관객사이를 어슬렁거리면 관객들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이러한 시도는 많은 연극에서 보아왔던 것이지만 가끔 이런 것이 관객을 불편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썽난 마고자>의 배우들은 그들의 능글맞고 능숙한 모습으로 관객들을 공연에 대한 열린 마음을 가지도록 만들어낸다. 그래서 그들이 실수를 하더라도, 예기치 않은 상황에 닥치더라도 관객은 너그럽게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양덕원에 서 있던 셔틀콕이 껴 있는 나무가 탑골공원에도 서 있었다. 트레이드 마크를 갖는 다는 것은 꽤 괜찮은 것 같다. 전작에서 디긋자모양이던 객석은 이번엔 서로 마주보는 11자형을 가지고 있다. 왼쪽에서 배우가 등장하고 오른쪽에 주 무대인 등걸나무가 있어 이런 배치가 꽤 훌륭하게 느껴졌다. 그건 한쪽에 관객을 몰아 놓는 것보다 많은 관객들이 더 가까이에서 시야의 방해를 받지 않고 극을 즐길 수 있게 해 주었다. 반면 무대가 길기에 오른쪽과 왼쪽으로 고개를 왔다갔다 하면서 봐야한다.

 

 

  기대에 찬 상태에서 공연을 보았기 때문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작인 <양덕원 이야기>가 더 좋았다. 주제를 이야기하는 방식에서도 확실히 힘이 실려져 있지 않았다. 뭐... 이런 방식이 그들의 전형적인 방식으로 보이기는 했지만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구성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연극 연출을 꿈꾸는 청년이 자신이 만들 연극 이야기를 여자 친구에게 말하는 방식을 사용해서 극이 펼쳐졌다. 그 과정에서 연극을 만드는 사람들의 자조적인 이야기들도 있었는데 스타를 사용하는 연극을 만들라는 대사가 있었는데 '그... 문...' 배우라고 잠시 언급되는 것은 모두가 <클로져>의 문근영임을 느낄 수 있는데 재밌는 건 우리가 5층에서 <썽난 마고자>를 보고 있는 동안 이 건물 지하에서는 <클로져>가 공연되어 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배고픈 직업임이 틀림없는 연극을 만드는 일. 과연 어떤 연극을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을까? 성공한 연극을 벤치마킹한다면 문근영을 섭외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클로져>도 문근영이 나오지 않는 날은 객석이 차지 않으니까... 노인들이 주인공인 연극 내용에 여자친구는 그럼 이 연극은 노인들이 보러 오냐고 묻고 남자는 조금 싸게해서 하면 되지 라고 말한다. 내 생각은 틀렸다. <오구>를 잊고 있는가? 오구의 티켓 가격은 소극장 2배다. 하지만 객석은 가득찬다. 그 객석의 대다수가 장년층과 노년층이다.

 

<썽난 마고자>의 이야기는 재밌다. 탑골공원을 없애려는 서울시와 그에 항의하는 어르신들의 대결구도를 보여준다. 이렇게 쓰니 거창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보수단체가 개입하지 않고 노인들이 승리를 거둘 수 있는 것이 있을까? 나는 할아버지들로 구성된 수 많은 보수단체들이 정치적 문제가 아닌 자신들의 문화적 경제적 이익을 위해 시위를 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어 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아, 또 옆으로 샜다. 이야기와 구성이 훌륭한데도 아쉬움이 남는 건 왜일까? 연출가를 꿈꾸는 청년이 많은 대사를 소화해야 하는 장면에서 대사 전달이 명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기대가 컸던 탓일까? 분명 객관적으로 보면 별로다라고 말할 수 없는 것 같은데 아쉬움이 크다. 웃음을 주는 데 너무 초점을 주었기 때문일까? 그럼에도 차이무 극단의 다음 공연을 보러 갈 것임을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