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미친거래

 살아남기 위해 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연극 <미친거래>는 증권사에서 일하는 네 명의 인물들을 보여준다. 매일 수십억에서 백억의 돈으로 주식을 사고 파는 그들이지만 정작 그들의 손에 그 돈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컴퓨터 화면에 떠 있는 긴 숫자만을 보며, 투자가들의 돈을 가지고 투자대상을 사고 판다. <미친거래>에서 보이는 것은 사실 투자라고 할 수도 없다. 투기에 가깝다. 일반적인 조직과 달리 조직 내 협력보다는 경쟁을 하며 화장실에 다녀오는 동안 사무실에 있는 자신의 책상을 치워야하는 상황이 생기는 증권사의 직원들 이야기는 현대 사회의 한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주기에 적절한 대상인 듯 하다. 하지만 확실히 외환딜러나 증권사 직원들은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미친거래>는 서로에 대한 신뢰따위 존재하지 않는 과장되고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어쩌면 저것이 우리의 마음을 표면화하면 드러나는 모습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모습은 종종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그들이 말하는 돈의 단위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증권사에서 일한 피제이는 일곱의 방이 있는 집으로 이사한 후 세번이나 쇼파를 바꾸었지만 단 한번도 그 쇼파에 앉아 본 적이 없고 낮에 자신의 집을 본 적도 없다. 평범한 사람들이 보기에 그들은 엘리트고 상류층의 삶을 살아간다. 그러면 그들은 우리를 대변할 수 없는가? 연극 <미친거래>의 이야기는 우리와 무관한 저 먼 곳의 이야기인가? 아니다. 단지 그들이 말하는 수치가 조금 높을 뿐 사회 계층의 그 어디에도 있을 수 있는 장면들이 펼쳐진다. 경쟁만을 강조하는 조직에서 오랜시간 지쳐있는 피제이와 항상 최고를 추구해야 하기 때문에 불행(!)하더라도 참고 돈을 벌어야 한다는 그의 부인 샌디. 행복하자고 돈을 버는 것인데 불행을 떠 앉고 돈을 버는 행위를 하는 건 또 뭔가...... 굉장한 아이러니다. 성공을 위해서 자신의 여성을 한껏 이용하는 제스와 자만과 자부심으로 돈이 지상 최고의 가치를 가진 존재라고 외치는 도니, 드러나지만 않는다면 성공을 위해 부정따위는 게으치 않는 스푼의 모습까지 우리의 주위에서 결코 보지 못할 인물들이 아니다. 단지 그 모습을 극처럼 극명하게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아니, 바로 당신과 내가 그런 모습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리고 그 어리석음은 아이에게 전달되어진다. (도니와 그의 아들이 패스트푸드점에서 앉아 있는데 콜라는 맥도널드인데 햄버거는 롯데리아꺼였다. 혹시 먹고 있는 데는 kfc 아니야? 하면서 나 혼자 빵터짐 )

 

욕망과 갈망은 좀처럼 현상을 유지하거나 줄어들지 않는다. 커져만 간다. 그리고 그것은 지극히 상대적인 모습을 보여서 자신의 파이가 커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옆 사람보다 작으면 좌절하고 분노한다.

 

  <미친 거래>는 암전이 상당히 많다. 암전 동안 프로디지 음악과 같은 강렬한 음악이 흐른다. 배우들의 연기는 흠잡을 때 없이 흐른다. 스푼이 입고 있는 신발과 소품들의 때깔이 좋아서 눈길이 갔다. <미친 거래>를 보고 나면 답답하다. 저것이 모두가 도달하고자 하는 멋진 직장과 직업이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게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하지만 이 질문은 남과 나를 비교하기 시작하면 어느새 사라져버리고 우리는 열심히 앞만 보고 뛰는 경주마가 되어있다.

 

연극 <미친거래>를 보기 위해 아리랑아트홀을 찾아가는 길 비가 새차게 내렸다. 지하철역에서 가까울 거라고 생각했지만 거리가 꽤 되었다. 어둡고 비가 와서 잘 볼 수 없었지만 극장이 독특한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극장은 미아리 고개 구름다리 아래에 있었는데, 다리 아래에 놓여있는 것이 아니라 다리를 바치고 있는 성곽(?)에 구멍을 파고 그 안에 동굴같은 극장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였다. 상당히 매력적인 공간으로 보였다. 공연장에는 동네주민 같은 포스를 풍기시는 분들이 많이 앉아 있었다. 이런 공연장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지역주민들이 가까운 영화관에 영화보러 가듯이 연극을 보러 갈 수 있는 공간 말이다. 우리집 근처에도 소극장과 대극장이 있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가기에는 가격이 싸지 않다. 공연 레퍼토리도 예술성으로 고르거나 규모와 인지도를 보고 고르는 듯하다. 하지만 이런 평범한 연극들이 사람들이 꾸준히 부담없갈 수 있는 공연 아닌가. <미친거래>의 정상가격은 2만원이고 성북구 주민은 단돈 1만원이었다. 고양시는 각성하라!! 시설을 좋게 짓는 것보다 솔직히 이렇게 지역사회에 파고 들 수 있는 공연장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

Posted by 가나다라마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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