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무대를 바라보다

[뮤지컬] 넌센스 - 장기자랑은 학예회에서?!

뮤지컬 넌센스

 장기자랑은 학예회에서?!

 

제목이 왜 Nonsense가 아닌 Nunsense일까? 터무니없는 생각, 말도 안 되는 짓을 뜻하는 nonsense에 수녀를 뜻하는 nun을 합성하여 만든 단어가 Nonsense다. 제목을 정말 잘 지은 것 같다. 넌센스는 수녀들의 터무니 없는, 말도 안되는 일들을 보여준다. 단순히 그들이 자선기금(?)을 위해 공연을 하는 것을 말하는 건 아니다. 이 이야기의 시작되는 설정부터가 터무니 없는 것이다. 극의 시작은 아래의 동영상을 상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하늘 아버지의 딸인 줄리아 수녀가 만든 스프로 인해 52명이 사망하였다. 빙고를 하러 갔다가 살아 남은 수녀들은 48명의 장례를 치뤘지만 4명의 장례를 치를 돈이 부족하여 냉동보관 중이다. 그리고 그 비용을 만들기 위해 공연을 한다는 것이 이 뮤지컬의 내용이다. 터무니 없고 황당하지만 재밌다. 아니 그래서 재미있다. 논리적인 이야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 한계를 뛰어넘지만 이상하게도 억지스럽다고 생각되지 않는 황당한 이야기가 좋다. 수녀들의 공연 관객은 넌센스를 보러 온 관객과 일치한다. 배우들은 끊임없이 관객들에게 말을 걸고 춤과 노래를 보여준다.

 

어쩌면 이 뮤지컬은 내가 싫어하는 장기자랑 나열식의 모습이다. 하지만 지겹다거나 짜증난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된 건 배합(?)을 잘 했기 때문인 것 같다. 복화술로 하는 인형극(?)과 솔로와 단체로 이어지는 노래와 춤을 유머와 이야기 흐름 틈틈이 가지고 보여주기 때문이다. 무대장치로는 특별한 것이 없다. 의자 뒤에 숨겨진 자동차와 무대 스텝을 이 무대를 함께 준비하는 보이지 않는 또 한 명의 수녀로 설정하여 침대뒤 창문을 열고 닫는다는 것정도다.

  배우들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각각의 수녀가 자신만의 캐릭터에 잘 맡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기억을 상실한 엠레지아 수녀의 푼수연기와 얼굴표정의 변화는 특히 인상적이었다. 결말 또한 다소 황당하다. 해피엔딩을 위한 억지스러움이라고 할까? 하지만 이 뮤지컬의 시작부터 우당탕탕 굴러온 모습에서 이런 결말은 당연한 것 같다. 관객도 그것을 바랄테니.

 

음... 내가 결코 공연 도중 선물을 받게 되어서 이렇게 좋은 평은 쓰는 건 아니다. 못 생겼다고 받은 선물이니까... 관객을 계속 괴롭히는(?) 공연을 좋아하지 않는 입장에서 이 공연은 불편한 것일 수도 있는데 선물을 받아서 좋았다. 왠지 그 후에 모든 게 긍정적으로 보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