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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를 바라보다

[전통공연] 트래디셔널 교겐 - 일본 전통극에 매료되다

트래디셔널 교겐

 일본 전통극에 매료되다

 

 트래디셔널 교겐 狂言

 

 2010 세계 국립극장 페스티벌의 참가작이자 일본의 중세시대부터 시작되었다는 공연 장르인 교겐을 보게 되었다. 어느 정도 지루할 것을

예상하고 있었지만 전혀 아니었다. 내용면에서 유머러스하고 시각적 볼 거리도 있다. 교겐의 한자가 흥미롭다. 미친 말이라니...  일본의 전통 공연에 대한 개념을 가지고 있지 않아 공연을 보고 온 후 자료를 찾아보는데 노(能)와 무대 디자인이 같았다. 그건 내가 국립극장에서 본 것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교겐은 노와 노 사이에 상연되던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무대가 같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대 연극에 익숙해져 있는 내게 모든 작품의 무대 디자인이 같다는 것은 굉장히 독특하게 느껴졌다. 사실 우리의 탈춤도 배경이랄 것이 따로 없는 것처럼 교겐과 노의 배경도 그러한 것일까? 배우들이 입장하고 퇴장하는 문은 작은 복도처럼 보이는 길을 지나는데 초록색, 노랑색, 주황색, 흰색, 보라색이 담겨져 있는 천이 쳐저있고 그 주위로 빨간 끈 더미가 둘러 싸져 있다. 무대로 나오는 길에는 소나무 세그루가 세워져 있다. 무대에 가까워 질수록 소나무가 커진다. 그리고 중앙무대의 뒤에는 커다란 소나무 그림이 그려져 있다. 공연을 보고 자료를 찾아 보기 전에는 모든 노와 교겐의 무대가 같은 모습인 줄 몰랐기 때문에 극의 내용과 소나무의 의미를 찾으려고 많이 생각했다. 하지만 교겐만도 260여개의 이야기가 존재한다는데 그것을 모두 저 배경과 연결해서 생각할 수 있을까? 노는 비극이고 교겐은 희극이라고 한다. 비극와 희극을 교대로 공연하는 것이 흥미롭다. 물론 내가 본 <트래디셔널 교겐> 희극인 교겐 3편만을 공연하는 것이었다.

 

처음 본 교겐은 배우들의 독특한 움직임과 목소리 내기가 눈에 띄는 작품이었다. 게다가 실제로 중세시대에 입었다는 의상과 익살스러운 대사와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우리의 전통 놀이처럼 객석의 불이 꺼지지 않았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일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자막을 보아야 했는데 자막이 나오는 스크린 부분이 너무 밝아서 가독성이 떨어졌다. 조금만 어둡게 했어도 편안하게 공연을 볼 수 있었을 텐데 많은 관객들이 자막 때문에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있었다. 교겐에는 암전이 존재하지 않았다. 대신 1,2무대와 3무대에 무대변화가 조금 있었는데 인터미션이 주어졌다. 인터미션동안 무대가 세팅되고 있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는데 재밌는 것은 무대 앞쪽에 놓여 있던 작은 나무토막 말고 뒤쪽에 큰 나무토막 2개를 가져다 놓는 것이었다. 하지만 1,2무대에서도 놓여져 있던 나무토막 두개의 기능을 알 수 없었듯이 3무대에서의 나무토막 역할도 내게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이번 공연은 내게 좋은 경험이 되었다. 다른 교겐 작품들과 노 외에 일본 4대 연희에 속하는 분라쿠와 가부키까지 보고 싶어졌다. 260여개가 있다는 교겐의 레퍼토리를 모두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일본에는 교겐 페스티벌 같은 것이 있지 않을까? 그럴 경우 영어 자막을 제공할테니 가능할 지도 모르겠다.

 

보시바라 捧縛

 

  주인의 술을 훔쳐 먹어 묶이게 된 하인들이 묶인 상태에서도 술을 먹는다는 내용의 보시바라는 괴장히 익살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노'에서의 배우들 움직임도 저럴까? 저 움직임은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한 것이겠지? 현실과 분리된 '이것은 극이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들의 감정표현도 굉장히 '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 주인에 대한 하인들의 태도는 불경스럽다고 할 정도다. 수 백년전 이 극을 보면 주인들과 그 뒤에서 시중들던 하인들은 폭소를 터트렸겠지? 아~ 저 녀석 우리 텐보녀석이랑 똑같네하면서 말이지.

 

 카와카미 川上

굉장한 아이러니함을 보여주는 이야기로 세세한 부분들에 유머러스함이 드러나지만 전체적인 이야기는 희극이라고 하기에는 슬프다. 여자는 눈이 보이지 않는 남편과 살것인가 눈이 보이는 남편과 살지 않을 것인가! 남자는 장님인체로 아내와 살 것인가. 눈을 뜬 채로 아내없이 살 것인가! 교겐엔 여자는 등장할 수 없는 것인지 부인의 역할도 남자가 한다. 궁금한 건 저 뒤에 앉아 있는 검은 색 옷을 입고 무릅 꿇고 앉아 있는 남자다. 모든 극마다 등장하지만 특별한 역할 하지 않는다. 그저 심부름꾼같이 보인다. 아무 역할을 하지 않는 극도 있다. 그들의 존재 이유가 궁금하다.....

 

 

 쿠사비라 茸

 마지막 공연이자 시각적 볼 거리(?) 뛰어났던 공연이다. 40분정도의 공연되어졌는데 마치 10분정도 하고 끝난 줄 알았다. 쭈그리고 앉아서 빠르게 걸어가는 버섯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집에 거대한 버섯이 피어나고 집주인이 살아있는 보살이라고 믿는 자의 주문으로 버섯이 늘어만 가는 이야기였다. 상징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버섯은 그의 마음 속에 생겨나는 것일 수도 있다. 밤새 생겨났다가 떨쳐내면 다음날 다시 생기는 걱정이나 욕망 그러한 것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떨쳐버리려 생각할 수록 걱정과 욕망 따위는 커져만 가고 많아져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