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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사이를 지나

[소설] 유령여단 - 목적을 가진 삶이 간직한 슬픔

유령여단

 

 목적을 가진 삶이 간직한 슬픔

 

SF 소설을 읽은 적이 있나? 곰곰히 생각해 보면 듀나의 단편소설집,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단편집 정도가 전부인 듯하다. 그 때도 느꼈던 것 같은데 SF 소설은 말 그대로 과학소설인데 왜 이리 철학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걸까. 과학으로 이루어진 멋진 무언가에는 윤리적이고 철학적인 문제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인가? 줄거리만을 생각한다면 간단하다. 인류가 아닌 종족인 르레이, 에네샤, 오빈이 연합하여 인류를 위협하고 그 중심에는 인류를 배신한 과학자 샤를 부탱이 있다. 그의 의식을 전이 받은 디랙이 만들어지고 그가 결국은 이 위협을 해결한다는 내용이다.

 

 디랙이 소속되어 있는 특수부대원들은 진짜배기가 아니다. 여기서 진짜배기란 일반적인 인간을 의미한다. 10개월간 배 속에 있다가 수년을 혼자 생존하지도 못하고 오랜기간 교육을 받아야 하는 존재들 말이다. 특수부대원들은 전쟁을 위해 만들어진 인간이다. 29일이면 갓 태어난 인간 크기까지 커지고 16주면 성인 크기가 되어 걷고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존재들이다. 우리는 그 누구도 목적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특수부대원들은 목적을 가지고 태어난다. 인류를 지킨다는 명분을 가지고 그것을 위해 전쟁을 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들인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로봇이 아니다. 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존재를 자각하고 유머를 가지고 있다. 그들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목적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하지만 반발하지 않는다. 목적을 가지고 태어난 인간은 애초에 자신의 목적에 반발하게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기적 유전자>를 얼마전에 읽어서 일까? 보통 인간도 다르지 않지 않나? 단지 지각을 못할 뿐 우리는 유전자 보전을 위해 태어났다. 그리고 그 목적에 반발할 생각을 하지 못한다. 아니, 이런 것 말고 정말 내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진 인간이라면 어떨까? 수 많은 사람들의 고민거리를 하지 않아도 되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수 많은 선택에서 무엇을 골라야 할 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겠지. 그저 그 목적에 적합한 선택과 행동만을 해 나가면 될 것이니까. 당연히 선택과 자유란 것이 더 우선한다고 생각해 왔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 그건 내가 용기가 없고 게으른 내 모습이 싫기 때문일 것이다. 목적을  가진 삶이라... 소름끼치게 무섭다가도 몽롱하게 매력적이다.

 

 뇌도우미. <유령여단>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뇌도우미다. 이미 누군가가 이것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지도 모르고 많은 사람들이 바라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이것은 미니 컴퓨터다. 그것을 머리에 연결해 놓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더 이상 지식을 암기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 필요한 정보를 필요한 시점에 전송받을 수 있으니까. 언어 또한 자동으로 번역해 준다. 멋지지 않은가!!! 하지만 구시대적(?)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기계를 몸에 삽입한다는 것은 큰 거부감을 가져온다. 미래가 된다면 그것도 없어질 것 같지만 그것 또한 무서운 일이다. 통신이 가능한 기계가 몸 속으로 들어온다면 거대한 존재에 의한 통제도 가능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뇌도우미 같은 것이 나와서 실용화 될 수 있는 단계가 된다면 어쩔 수 없이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저것을 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통제로 머리 속에 넣고 있는 사람과 경쟁 할 수 있겠는가!! 그런 시대가 오면 그건 선택의 문제가 아닐 것 같다.

 

  

 

 우주개척 연맹에 의한 정보 차단과 독재는 비단 먼 훗날 미래의 일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특정한 목적 아래 수 많은 권력기관들이 해 오는 일이고 우리는 그것을 당연히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정의와 질서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우주 개척 연맹도 수십억의 인류를 속이고 그렇게 운영되어 오던 것이다. 자신들의 이익과 아집 때문에 전쟁을 만들어 낸다.

 

 이야기면에서 흥미롭게 잘 읽히며 생각할 꺼리도 상당하다. 처음에는 복잡한 구성을 가지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저 시간에 따른 순차식으로 되어 있었다. =ㅁ= 만약 죽을 때가 되어서 의식만을 새로운 신체에 넣어주고 전쟁에 10년 참가해야 한다면 어떻게 할까? 그냥 죽을 것인가 전쟁에 참여하고 더 살 것인가? 죽을 때가 되면 더 살고 싶겠지? 어떻게 살든 지 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