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오감도
나는 이 세상에 무엇이었는가. 삶은 나를 붙잡지 않았다. |
<오감도>를 본 지도 한달이 되어가는 것 같은데 이제야 리뷰를 쓰게 된 것은 어떻게 써야할 지 정리가 되지 않아 엄두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딱히 정리된 것은 아니지만 더 미루었다가는 쓰지 못할 것 같아 이제야 쓴다. 극은 멋졌지만 내 취향에 맞지 않아 아쉬운점도 있었다. 무대 디자인이 이상 그 자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뛰어남을 드러냈다. 이상이 머무는 방은 직선의 경계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방의 경계는 삐뚤빼뚤하고 책상은 벽에 붙어있다. 현실적이지 않은 왜곡되고 비현실적인 무대가 이상의 마음이다. 무대를 둘러쌓은 많은 통로로 그의 마음속에 있는 존재들이 수시로 드나든다.
극을 보기전 배경이 당연히 20세기 초일꺼라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문창과를 졸업하고 현재를 사는 이상의 모습이 드러난다. 꽤 마음에 드는 설정이었는데 21세기의 거리는 너무나 번잡해서 내가 기대했던 고색찬란한(?) 1900년대 초의 모습과는 너무나 달라 불편했다. 여자와 빨간 돼지 저금통이 일체화된다. 그래서 이상은 그녀의 배를 가른다. 투투르 동전이 쏟아져 나온다. 그리고 그 동전을 다시 그녀에게 쏟아낸다. 안아달라고 사랑해달라고. 사랑을 구걸하지 않던 이상도... 어쩔 수 없구나.
2010년 문학계엔 더 이상 아마추어 작가는 없다. 모두 문창과를 졸업한 작가들이다. 매년 수백명의 문창과 졸업생들이 쏟아져나온다. 그리고 이상의 모습처럼 밥벌이가 되지 않는 글을 쓰는 사람이 태반일 것이다. 다행히 그들의 머리속에는 장난꾸러기들이 존재하지않아 그들은 조금더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다. 이상의 친구들처럼 출판사에서 잡지사에서 일을 한다. 이상의 시와 소설 날개가 이상의 입으로 그의 또다른 의식의 입으로 극의 전체를 감싸며 극을 시적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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