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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를 바라보다

[뮤지컬 모노드라마] 벽속의 요정 - 배우 김성녀가 만들어 내는 동화같은 이야기

벽속의 요정

 

 배우 김성녀가 만들어 내는 동화같은 이야기

 

  <벽속의 요정>의 등장 인물은 서른명이 넘는다. 그리고 그 인물을 연기하는 사람은 단 한명, 김성녀다. 처음에는 한 명의 배우가 모든 역을다 한다는 것에 조금 이질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극에 빠져들게 된다. 극은 굉장히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진행되어졌다. 김성녀씨가 무대 앞으로 걸어 나와 이야기를 한다. 첫날 공연이어서 객석에 대부분 아는 분들이라고... 오늘 공연은 원래 예정되어있지 않았는데 지인들을 위해 공연하는 거라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더니 무대로 올라서 연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종종 무대 아래로 내려와 객석 사이를 돌아다닌다. 그리곤 다시 연극을 시작해야겠다고 이야기하며 무대로 올라간다. 그녀의 연기가 놀랍다. 순간순간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2시간을 가득 채우는 대사를 다른 목소리톤과 동작으로 쉴새없이 뱉어낸다. 그녀가 아닌 그 누구를 이 모노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생각할 수 있을까? 마치 이웃의 친구에게 이야기책을 읽어주듯이 극은 진행되어진다. 깔끔한 무대도 마음에 들었다. 최소한의 소품만이 놓여져 있는 하얀 무대를 단지 그녀가 뿜어내는 힘만으로 이끌어간다. 아, 조명과 음악의 적절한 사용이 이루어지면서 시너지 효과를 이루내기는 한다. 초반에 스피커에서 잡음이 들리긴 했다.

 

이야기도 꽤 흥미롭다. 벽속의 요정에 대한 이야기다. 그 요정은 순덕의 아비다. 빨갱이로 몰려서 40년을 벽장에 숨어 사는 아버지가 바로 벽속의 요정이다. (별로 연관성은 없지만 이상하게도 2차대전이 끝난 것도 모르고 수십년간을 필리핀 밀림에서 혼자 살았던 일본 군인이 생각났다. ) 그는 정말 묘한 삶을 살아내었다. 김성녀씨가 그의 목소리가 아닌 순덕의 모습으로 그를 마주할 때 그가 무대 끝에 한 줄기 빛이 되어 존재하는 장면도 인상깊었다. 배우의 마임과 소리가 정확히 맞아 떨어지고 하얀 무대에 다양한 색의 조명이 여기 저기를 비추는 것을 보고 있으면 정말 많은 연습이 있었음을 느끼게 된다. 깔끔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극의 후반부에는 옷을 갈아 입는 시간을 벌기 위한 암전시간에 꽤 길었다. 구름이 흐르는 배경과 쓸쓸한 음악이 흘렀는데 군더더기 없어서 좋기도 했지만 뭔가 다른 것을 넣었어도 좋았을 것 같다. 무대의 특별한 장치라면 그림자극을 이야기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극 전체를 상징하거나 통과하는 뭔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사실 찾을 수 없었다. 이것도 그저 옛날 이야기하든 흘러간다.

 

간결한 무대와 적절한 조명과 음악에 단 한명의 배우가 보여주는 멋진 열연이 좋았던 공연이었다. 모노드라마도 재밌구나

예술의 전당 소극장은 두번째였는데 잘못 생각했다. 내 자리는 2층이었다. 사실 작은 극장이어서 1,2층 어디에 앉아서 잘 볼 수 있었는데 정면 자리가 있음에도 조금 가까이 앉으려고 사이드에 앉은 것이 잘못이었다. 옆에 사람이 앉을 것을 생각치 않고 잘 보인다고 앉았는데... 옆사람이 난간에 몸을 내밀고 본다. 그래 그건 이해하겠어 잘 보고 싶어서 그럴 수도 있지 근데 난간 밖으로 손을 왜 내미는 거니. 원근법 모르나? 가까이 있는 사물은 네 손은 크게 보이고 멀리 있는 배우는 작게 보인다고. 배우 옆에 혹은 배우 앞에 배우만한 손이 까딱거리고 있으면 신경에 거슬리겠니 아니겠니.